인간은 사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구별되듯 치질이 생긴다는 것 또한 인간이 여느 동물들과는 뜨렷이 구분되는 차이점이다.
즉, 치질(痔疾)은 포유동물 중 두 발로 땅을 딛고 직립해서 생활하는 인간에게만 발생하는 특이한 병으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만큼 그 유래가 깊다.
가장 오래된 의서(醫書)인 '황제내경'에는 '치(痔)'란 말이 최초로 언급되어 있는데 형태상 튀어나온것을 '치'라 정의한 다음 코에 튀어나온것을 '비치(鼻痔)', 항문에 튀어나온것을 '항치(肛痔)'라 한 후 점차 '치'란 말은 항치에만 국한해 쓰여왔다.
세상엔 많고 많은 병들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성가시고 내색하기 곤란한 것이 바로 이 항문병이며 특히, 치질로 인한 통증은 치병(痔病)을 앓아 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하다.
물론 잠복기에는 통증이 없을 수도 있지만 신체 상태가 좋지 않고 건강이 약화되어 있을 때는 실제로 참기 어려운 극통이 따르게 된다.
치질은 그 발병부위가 우리 신체 중 가장 수치스럽게 여기는 곳인데다가 불결한 사람에게나 생기는 병이라 단정한 나머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만 고민하는 환자가 대부분이지만 사실은 '열 명 중 아홉 명'이라 할 만큼 거의 모든 사람이 한번쯤은 경험하고 있는 흔한 질병이기도 하다.
심한 변비가 있는 경우에 배변시 변기에 쏟아진 빨간 피를 보고 놀라게 되는데, 더구나 예전에 이런 경험이 전혀 없었던 사람은 더욱 놀라기 마련이다.
이렇게 항문에서 출혈을 하게 되는 대부부의 경우가 치질이며 이 치질은 항문주위에 정맥이 팽창하여 생긴 일종의 혈종이다.
처음 출혈시에는 내출혈이 아닌가 심각해지다가도 며칠 내로 출혈이 멎으면 안심하게 되고 그러다 다시 피가 나오고 통증이 심해지면 좌욕을 하든가 연고를 발라 보기도 하지만 치질은 몹시 피로하거나 지나친 과음 후에는 더욱 악화되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치질의 영문명은 'Hemorrhoids' 혹은 'Piles'인데 여기서 말하는 'Hemo-'는 '피(血)'를 뜻하고 '-rrhoids'는 '흐르는 상태'를 뜻하므로 결국 치질은 '흐르는 피의 상태'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Piles'는 '공(球)'이란 라틴어 어원이 말해 주듯이 치질의 모양을 나타낸 것으로 치질이란 곧, 직장이나 항문부의 혈액이 제대로 순환되지 못한 결과 그 피가 엉겨서 항문이 둥그렇게 혹처럼 튀어나온 상태를 말한다.
흔히 항문안에서 생긴 것을 내치질(內痔疾 = 암치질), 항문 바깥으로 튀어나온 것을 외치질(外痔疾)이라 하지만 밖으로 튀어나왔다고 해서 다 외치질은 아니다.
내치질은 배변시 피만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배변 후 항문 바깥으로 튀어나와 저절로 들어가지 않으므로 손가락으로 밀어 넣어야 할 때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손으로 밀어 넣어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심각할 수도 있는데 이쯤되면 외치질보다도 오히려 내치질이 더욱 골칫거리가 되고 마는 셈이다.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고등질환'이랄 수 있는 치질은 나이에 관계없이 고른 연령층에서 나타나지만 18세 이상의 성인에게 많이 발생하며 특히 미혼보다는 기혼의 발병률이 높다.
또한 치질은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발병 빈도가 높게 나타나는데 개인차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자는 65% 이상, 남자는 50%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이러한 치질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오랜 세월을 지나오는 동안 그에 따르는 치료 방법 또한 구구하고 잘못 전해져 내려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예기치 않은 질병 치질이 생겼을 때는 잘못된 기존의 인식에 의존하느라 조기치료의 기회를 놓칠것이 아니라, 발병 즉시 전문의를 찾아가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최상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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